가깝고도 먼, 우리 자매라는 이름에 대하여

꿈꾸는고양이 · 2025.07.31 15:49 · 조회 429

저와 언니는 '부모'라는 비빌 언덕 없이 서로에게 유일한 혈육으로 자랐습니다. 둘 다 악착같이 공부해 번듯한 가정을 꾸렸고, 겉보기엔 아무 문제 없어 보이죠. 하지만 저희 둘만 아는 아픔이 있습니다.

 

언젠가 형부가 저희 언니를 '날것의 인간'이라고 표현한 적이 있어요. 처음엔 모욕감에 치를 떨었는데, 곰곰이 생각해보니 그보다 더 정확한 표현이 없더군요. 맞아요, 저희는 보호받지 못한 채 생존해야 했기에 모든 게 거칠고 서툴렀습니다. 솔직함을 빙자해 서로에게 날카로운 말을 뱉었고, 상처를 주고받는 데 익숙해졌죠.

 

얼마 전, 해외 사는 언니가 한 달간 저희 집에 머물다 갔습니다. 이번에야말로 살가운 자매가 될 수 있을까 기대했지만, 결과는 더 큰 거리감뿐이었어요. 며칠 전 통화에서 언니는 그때 자기를 방어하기에 급급해 나를 돌아볼 여유가 없었다고 사과했지만, 이상하게도 마음이 움직이지 않았습니다. 제 마음속엔 따뜻한 정을 나눌 샘이 이미 말라버린 것 같아요.

 

시부모님께는 '더위 조심하세요'라는 안부 전화 한 통이 자연스러운데, 피붙이인 언니에겐 그 간단한 말조차 껄끄럽습니다. 법으로 맺어진 가족과는 애틋한데, 핏줄과는 서먹한 이 아이러니. 뿌리 없이 자란 '날것의 인간'은 결국 이렇게 자기 생존만 챙기는 각박한 존재가 되는 걸까요. 언니와 나, 우리 둘의 모습에서 서글픈 현실을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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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5)

황제

저희 자매도 그래요. 서로 못 잡아먹어 안달이다가도, 세상에 기댈 곳 없을 땐 결국 서로더라고요. 너무 애쓰지 마세요. 그냥 그런 관계인 채로, 필요할 때 기댈 수 있는 존재라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어요.

롱치다망함

다정한 자매 사이, 부럽죠. 하지만 세상 모든 자매가 그렇지 않아요. 각자의 가정에 충실하며 서로에게 큰 짐이 되지 않는 것만으로도 건강한 관계라고 생각해요.

이더리움신봉자

피를 나눴다고 무조건 애틋해야 한다는 것도 어찌 보면 사회적 강요일 수 있어요. 지금 남편, 시댁과 좋은 관계를 맺고 계신 것만으로도 대단한 거예요. 원가족의 상처를 극복하고 새로운 뿌리를 잘 내리신 거니까요.

그때팔걸

'날것의 인간'이라는 표현이 가슴에 와서 박히네요. 부모라는 울타리 없이 자란다는 게 어떤 건지... 두 분 다 살아남기 위해 애쓰느라 서로를 보듬을 여유가 없었던 거겠죠. 너무 자책하지 마세요.

행복한고구마

이미 서로 문제를 인식하고 대화까지 나누셨다는 게 정말 대단해요. 여기서부터가 시작 아닐까요? 거창한 애정 표현 말고, 그냥 시댁에 하듯 '오늘 덥네요' 같은 시시콜콜한 문자 한 통부터 시작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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