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의 끝자락에서 마주한, 지고의 황홀경에 대하여

인생의 반환점을 돌아 갱년기와 사투를 벌이던 제게 운동은 유일한 탈출구였습니다. PT로 땀에 절어 미친 사람처럼 웃어보기도 하고, 필라테스로 무너진 몸의 균형을 다시 세우기도 했죠. 그렇게 1년 반, 재활을 넘어 상급 동작을 소화하던 어느 날이었습니다. 마지막 힘을 쥐어짜는 순간, 갑자기 세상의 모든 소음이 차단되었습니다. 필라테스 스튜디오의 익숙한 풍경은 사라지고, 저는 홀로 아득한 공간에 떠 있었습니다. 마치 세상 가장 높은 곳에서 발아래 구름을 내려다보는 신선이 된 듯한 기분, 머리 위로는 거대한 폭포수가 쏟아지는 듯한 장엄한 감각… 바로 눈앞의 강사님이 유리벽 너머의 사람처럼 아득하게 느껴졌습니다. 며칠 후, 영화 속 레이서가 극한의 집중력으로 트랙과 하나가 되어 '날아오르는' 장면을 보았습니다. 그때 깨달았죠. '아, 나도 그곳에 다녀왔구나.' 나이가 들면 재미없을 거라 말하는 이들에게 알려주고 싶습니다. 살아있지 않았다면 결코 몰랐을 새로운 세계가, 바로 우리 삶의 가장자리에서 기다리고 있다는 것을요. 앞으로 또 어떤 문이 열릴지, 저는 이제 나이 드는 것이 설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