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살 속에서 자란 사람 옆에 서면, 난 왜 그림자가 될까?

사무직 · 2025.07.23 15:32 · 조회 371

세상엔 자체 발광하는 사람들이 있는 것 같아요. 온실 속에서 영양분 듬뿍 받고 자란 식물처럼, 그 존재만으로 주변을 환하게 만드는 사람들이요. 웃음소리는 또 어찌나 청량한지, 말투에는 가시 대신 다정함이 배어있죠. 타인을 향한 친절이 계산이 아니라 본능처럼 자연스러워요.

 

그런 사람들 곁에 있으면, 전 제가 가진 그늘의 모양을 똑똑히 보게 돼요. 제 웃음은 어딘가 삐걱거리고, 누군가 호의를 베풀면 일단 경계부터 하는 제 자신이 낯설어요. 어릴 적부터 '네 몫은 네가 챙기는 거야'라는 말을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듣고 자라서일까요. 기대는 법을 잊었고, 쏟아지는 애정을 받는 건 더더욱 어색한 일이 됐어요.

 

가끔은 그런 상상을 해요. 만약 내가 저 햇살 속에서 자랐다면, 나도 저렇게 활짝 핀 꽃이 될 수 있었을까? 아니면, 거친 땅에 뿌리내리도록 설계된 들풀이 내 본모습인 걸까. 그저, 그들의 화사함을 멀찍이서 바라보는 일이 오늘은 유독 시리고 외롭게 느껴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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